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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하는 공무원
미래는 생성되지 않는다 : 포스트 AI 시대, 문화물리학자의 창의성 특강 (박주용 저 / 동아시아, 2024.06.20.) 본문
정재승의 "과학콘서트"와 유사하나 과학과 문화, 예술 등의 융합을 강조한다. 저자가 일간지에 연재한 글을 모은 책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다소 메끄럽지 못한 문장도 있다 (책의 전체 내용에 흐르는 문맥이나 문체를 통일되게 탈고하지 못한 이유에 기인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표시의 제목은 저자가 강연한 내용을 글로 옮겨 놓은 것인데, 다른 어느 글보다 흥미진진하다. 이 책을 읽고 느낀 점... 융합과 창조는 해당 도메인의 깊이 있는 이해를 기반으로 한다. ★ ★ ★
프롤로그: 우리는 어디에서 왔으며, 누구이고, 어디로 가는가?
여행에서 즐거움의 태반은 지도에 없는 마을에 도착하고 낯선 사람들을 만나며 새로운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세렌디피티' (serendipity, 기분 좋은 놀라움)에서 온다고 하지 않았던가? (p6)
단 한 사람의 꿈과 소망이 씨앗이 되어 인류의 문명이라는 거대한 숲이 다시 탄생할 수 있다는 사실도, '미래는 생성되지 않는다'라는 책 제목처럼 미래란 저절로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열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열쇠는 과학과 문화에 있다. (p7~8)
1장 미래를 달리는 모터사이클
멋진 신세계로 가는 길 [진화론과 미래]
인간은 적자생존의 원리에 따른 생존경쟁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약자에 대한 동정심과 공동체의 윤리 같은 인간 특유의 현상을 통해 약자를 배려하고 생존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즉, 인간에게는 자연환경의 진화적 압박에 대응할 힘이 있다는 것이다. (p19~20)
우주가 음악이라면 과학은 영원한 미완성 악보 [도그마와 도전]
자연은 누군가를 쫓아내거나 목숨을 빼앗으면서까지 무리수의 존재를 숨기려고 했던 피타고라스의 추종자들처럼 어느 순간 자아도취에 빠져 도그마에 집착하는 사람들을 철저히 응징하고야 마는 무시무시한 힘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인류는 그럴 때마다 무너져 버린 과학을 다시 세우는 일을 반복하며 지금의 현대과학을 탄생시켰다. (p27)
과거를 알려주는 단 한 줄의 공식 [베이지언과 예측]
베이지언은 한 사건의 관찰('통 안에 손을 넣어 고른 초콜릿이 화이트였다')를 근거로 여러 가지 가능성('1번 통을 골랐는지', '2번 통을 골랐는지')의 확률이 어떻게 변화하는 지 알려준다. (p39)
카산드라의 저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확률과 믿음]
베이지언 추론의 역사를 통해 인류가 알게 된 사실은, 충분히 올바른 관찰을 반복해 쌓인 양질의 데이터에 베이지언을 적용시키면 '전확률 값에 크게 상관없이' 결국에는 공통의 최종적인 후확률로 수렴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p45)
뉴턴의 이성이냐, 괴테의 감각이냐? [이성과 감각]
물리학자의 명성은 그 이름이나 업적이 얼마나 낮은 학년의 교과서에 등장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p49)
마젠타는 쾨테의 실험을 통해 다른 색들과 동등한 지위를 갖게 되었고, 오히려 뉴턴 이론의 맹점을 보여주는 핵심적인 증거가 되었다. (p55)
사람의 감정을 조립할 수 있을까? [환원주의와 편견]
만약에 심리학이 물리학의 응용(화학)의 응용(생물학)의 응용에 지나지 않는다면, 쿼크와 같은 아주 작은 소립자들을 뭉쳐 사람의 감정을 '조립'해 내는 방법을 알아낼 수 있어야 할 텐데, 나는 그 과정을 밝혀냈다고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60)
모터사이클을 고치는 가장 빠른 방법 [고전과 낭만]
기계의 무한한 복잡도 속에서 해결책을 찾으려면 논리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직관과 통찰로 이루어진 낭만적인 사고법이 필요하다는 것이 퍼시그의 깨달음이었다. 퍼시그는 모터사이클 정비와 마찬가지로 바로 눈 앞에 있는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비선형적이고 낭남적인 사고가 반드시 필요하고, 더 나아가 이는 진정한 가치를 찾는 토대가 된다고 보았다. (p69)
2장 어느 새의 초상화를 그리려면
무한을 기록하는 두 손가락 [디지털과 기록]
그 우물 속으로 불붙인 종이를 떨어뜨리면 그 불빛이 비추는 우물 안 벽의 모습을 드문드문 한 조각씩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곰브리치는 그 불완전한 조각들을 모아 우리가 그려내는 우물 속의 모습, 그것이 바로 역사라고 이야기한다. (p76)
컴퓨터가 다빈치보다 잘 그리는 그림 [원근법과 계산기하학]
그림의 본질이 아름다움을 욕망하는 인간의 감성과 지성의 결합이라는 점은 구석기의 인간에서 시작해, 현재의 우리는 거쳐, 미래의 후손들에게까지 변함없이 이어질 것이다. (p91)
부분이 전체를 닮은 1.58차원의 존재들 [프랙털과 자연]
아주 실용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적은 물질로 부피를 극대화하는' 프랙털의 성질은 자연이라는, 제한된 자원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적자생존의 장에서 아주 큰 이점을 부여했을 것이다. (p98)
암흑의 시대에 빛의 그림을 꿈꾸다 [페르메이르와 혁신]
'그림으로만 말하는' 화가의 작품에서 무엇을 느낄 것인지는 오롯이 감상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페르메이르는 그림을 남겼고, 우리는 그것을 마음껏 해석할 자유를 얻은 것이다. (p107)
사람들을 지배하는 AI를 지배하는 인간 [AI와 창작]
창작이란 머릿속에 그려지는 착상, 귓가에 맴도는 악상, 말로 표현되기 위해 요동치는 시상을 각각 캔버스, 오선지, 원고지 위에 채워나가고 싶은 욕망,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해 내는 실행력, 그리고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오벼주고 역사에 남기고 싶은 의지가 관여하는 총젝적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 없이 입력된 데이터로부터 글자를 뽑아 내밷은 AI 벤저민의 '작품'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감상자에게 생길 것 같은가? (p119)
비틀스의 마지막 싱글 [예술과 영원]
▸K-콘텐츠가 우주로 날아가지 못하는 이유
과학 서사의 큰 특징 가운데 하나로는 '불신의 일시정지(Suspension of Disbelief, SoD)'가 있습니다. SoD란 '저게 될 리가 있어?'라는 생각은 잠시 접어달라고 감상자에게 부탁하는 일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이 SoD가 황당무계한 장면을 합리화하는, 무리한 부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 서사에서 시리현과 미실현의 사이의 경계를 조절하기도 하고, 과학 서사가 벌어지는 '상상 가능한 세계'의 영토를 넓히기도 하는 정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p134)
모래벌레는 SoD로서 작품 속에서 사막이 단순한 과학적 사실성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 그리고 영웅의 탄생을 상징하는 역할을 하게 했습니다. 훌륭한 과학 서사의 한 가지 특징은 이처럼 SoD로 단순히 볼거리를 자랑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서사의 중요한 요소로 활용한다는 점입니다. (p140)
3장 질서와 무질서 사이에서
혼돈의 모서리라는 가능성 [엔트로피와 창의성]
무질서도, 즉 엔트로피의 증가가 궁극적으로 우리를 파국에 이끌지 않도록 영원히 안정적인 정상상태를 쟁취할 방법이 있는지 궁금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해 열물리학에서는 단호히 '그런 것은 없다'고 답한다.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어떤 계의 엔트로피는 스스로 감소할 수 없으며, 다른 계와 접촉시켜서 한쪽의 엔트로피를 인위적으로 줄이더라도 접촉한 다른 계의 엔트로피는 그 이상으로 증가한다. 즉, 우주는 계속해서 더 무질서한 상태를 향해 갈 수 밖에 없다. (p155~156)
과거의 정상상태로 화귀하지도 않고, 오나전히 소멸되지 않은 채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는 질서와 무질서 사이의 공간, 노먼 패커드(1954~)라는 물리학자는 그 경계면에 '혼돈의 모서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중략> 외부로부터 전해지는 자극과 충격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전에서 해법을 찾도록 하는 유연성, 창의성, 기민성 등의 원천으로 이해되고 있다. (p158)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살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 [양자역학과 경계 넘기]
위대한 과학자가 내 삶에 말을 걸 때 [펜로즈와 호킹]
펜로즈에게 노벨상을 안겨준 것은 이 블랙홀이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지를 규명하고, 블랙홀 안에는 무한한 밀도로 인하여 시간과 공간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특이점 singularity'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연구다. (p177)
현대미술은 대체 왜 그럴까? [고정관념과 예술성]
우리는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을 갈망한다. 때때로 새로움이 가져다주는 색다른 느낌을 즐기기도 하지만, 내일이 오늘과 모든 면에서 다르기만 하다면 길을 잃은 과객처럼 피로해질 것이다. 하디만 다행히도 세상은 천천히 변화힉 때문에 오늘을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내일도 오늘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p182)
큐브릭의 영화와 리게티의 음악이 만났을 때 [영화와 음악]
악기 소리 없이 사람의 목소리로만 된 선율들이 어떨 때는 각자의 리듬을 따르고, 어떨 때는 한순간에 모여서 고막을 강하게 때리는 <룩스 에테르나>는 마치 미지의 초월적인 존재를 만나러 가는 연구원들의 긴장된 심장박동 소리 같기도 하고, 감히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초월적인 존재들의 목소리 같기도 하다. (p191)
종말에 대처하는 예술적이고 과학적인 방법 [한계와 상상력]
과학적 합리성의 상징과도 같은 숫자를 통해 인류의 숙원인 불확실성 정복을 일정 부분 가능하게 하는 확률론이라는 강력한 방법을 만들어 주었으면서도, 파스칼의 머릿속에는 불확실성의 근원과 인간의 본질에 대한 존재론적 의문이 깊이 자리 잡고 있었다. <중략> 파스칼은 결국 인간이 아주 큰 무한(거대 우주)과 아주 작은 무한(미세 우주) 가운데에 갇혀 있는 유한한 존재로서 완벽히 알 수 없는 두 극한 사이에서 불확실성의 배를 타고 떠다니는 신세라는 결론을 내리고 만다. (p201~202)
▸무한한 우주에서 우아한 연결을 찾는 힘
<봄의 창의성>이라는 책에서 봄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과학이나 에술과 같은 창의적인 활동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조화로움'과 '전체성'이라는 성질을 지닌 기본적인 질서를 찾아내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다." (p211)
"창의란 그저 이미 있는 것들을 연결해 내는 일이다. 그래서 창의적인 일을 해낸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그 비결을 물어보면 살짝 죄책감을 느끼곤 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미 존재하는 무언가를 남들보다 먼저 보았을 뿐이기 때문이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을." 데이비트 봄처럼 스티브 잡스도 창의성을 '남들과 다른 여결을 발견하는 능력'이라고 말한 것입니다. (p213)
4장 무엇이 사람의 말을 만드는가?
존재의 세 가지 물음표 [언어의 품격]
최근 한참 동안 러시아 문호 레프 톨스토이(1820~1910)가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1886)라는 단편소설에서 진정 말하려던 바가 무엇인지 고민하며 지냈다. <중략> 끝내 자신이 꿈꾸던 큰 땅덩어리는 갖게 되는가 했지만 그 대가는 자신의 목숨이었고, 소설은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자기 몸뚱이 하나 묻힐 단 한 평'이라는 답을 암시하며 끝난다. (p226)
어제는 철학자, 오늘은 말하는 사용설명서? [AI와 인문학]
미국의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1928~)는 동료들과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글 <챗GPT의 거짓된 약속>에서 챗GPT의 세련되어 보이는 말과 사고에 도사린 "무지함에 기인한 도덕적 냉담"은 현대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1906~1975)가 제시한 '악의 평범성'과 비슷한 꼴이라고 했다. <중략> 촘스키에 따르면 "표절과 무감정과 냉담함"으로 점철된 언어 AI의 말들과 거거에 열광하고 있는 우리의 상황이 그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p234~235)
기계는 기계일 뿐 경험과 사고의 부재를 뛰어넘을 수가 없으므로 애초에 진정한 대화 상대가 될 수 없다고 보는게 타당하다.(p237)
앨런 튜링도 풀지 못한 암호 [암호와 마음]
어느 날 AI가 내게 슬프다고 말했다 [대화와 창의성]
대화라는 것은 상대방의 개성과 자의식에 따라 어떤 방향으류ㅗ 흘러갈지 미리 정해지지 않은 상호작용이며, 단순히 언어로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닌 다차원적 행위다. (p257)
더 이상 아슬아슬하고 짜릿한 글을 쓸 수 없는 싱거운 글자의 나열, 예술의 본질에 대한 고민 없이 글을 쓸 수 없는 싱거운 글자의 나열, 예술의 본질에 대한 고민 없이 붓놀림을 따라 하는 미술 만이 '생성되는', 재미없는 세계가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까? (p267)
비트겐슈타인은 트위터를 하지 않는다 [언어와 침묵]
하나의 명제에 대해서도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이 나올 수 있는데, 비트겐슈타인은 각각의 질문에 대해 성실히 답함으로써 그 명제가 더욱 명확해지도록 하는 것이 바로 철학의 임무라고 본 것이다. 자연과학 박사도 외국에서는 모두 '철학박사 ph.D'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또 대학에서는 학위 논문 심사를 디펜스, 즉 '방어'라고 부른다. 심사위원들의 질문에 성공적으로 방어해야만 그 학위논문이 올바른 명제로 되어 있음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272~273)
한마디 거짓말이 불러온 폭풍 [정보와 믿음]
두 사건은 객관적인 사실을 앞에 두고서도 자신의 생각에 반한다는 이유로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인지부조화', 더 나아가 자신의 선입견에 반하는 사실은 무시하고 선입견을 강화시키는 정보만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확증편향'을 보여준다. (p282~283)
우리가 같은 언어로 대화할 수 있다면 [미래와 언어]
5장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어느 젊은 과학도의 취향 저격 소개팅 [과학적 모델링]
인생을 바꾼 명경기 [연결망과 미식축구]
당신은 원숭이보다 9999점 더 창의적입니다 [새로움과 영향력]
과학적 탐구가 처음부터 완벽하게 명확성, 객관성, 검증 가능성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과학적 탐구는 많은 경우 어떤 대상에 탐구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인간의 주관적인 확신으로부터 시작된다. 과학의 역사는 그 확신을 바탕으로 이성과 논리를 때로는 극한으로까지 몰고 가면서 필요한 방법론을 도출하고, 사물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는 과정이었다. (p316~317)
내가 구름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과학용어와 일상어]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거울과 공감]
현대의 심리학과 생리학 연구에 따르면,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어색하게 느끼는 까락은 우리의 몸과 완벽히 동일하게 움직이는 개체의 이미지가 인류의 긴 역사에서 아직 자연스러운 것으로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p332)
독일에서 활동한 생리학자 윌리엄 티에리 프레이어(1841~1897)는 아이들의 심리 발달을 연구하기 위해 아들의 행동을 매일 관찰했다. <중략> 두 돌이 된 아들은 거울 속에서 이미에 색종이가 붙어 있는 모습을 보고서는 거울이 나리라 자신의 이마에서 색종이를 떼어내었다. 프레이어는 아이들이 '거울에 비친 모습'이라는 물리적 객체가 실은 자신임을 인식하는 순간이 바로 '나'라는 개념을 깨닫는 순간이며, 이렇게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성장 과정 가운데 제일 중요한 변혁기라고 보았다. (p333)
에필로그: 우리는 별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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