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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앤드루 H. 놀 저, 이한음 역 / 다산사이언스, 2022.03.07.) 본문
멋진 서문으로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한다. 서문 만으로 감동받은 몇 안되는 책.
우리 인류의 터전인 지구의 탄생에서 현재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46억년 동안 이루어진 어마어마한 규모의 역사적 스케일을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듯이 박진감있고 속도감있게 묘사한다. 최근에 읽은 과학 교양서 중 단연 압권.
지구에 관한 화학적, 물리적, 생물적 관점의 서술 방식도 좋다. 참고로 이 책을 볼 때 지질 연대표를 옆에 두고 볼 것을 추천한다. (본 도서 p113에도 나온다) ★★★★★
서문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우리 다음 세대의 삶을 바꿔놓을 지구적인 변화에 거의 신경을 안 쓰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1968년 세네갈 산림 감시원 바바 디움은 기억에 남을 답을 내놓았다. "결국 우리는 자신이 사랑하는 것만을 보존할 것이고, 자신이 이해하는 것만을 사랑할 것이며, 자신이 배운 것만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p18)
그러므로, 이 책은 지구를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우리 행성을 여기까지 오게 한 기나긴 역사 속으로 독자를 이끄는 초대장이자 40억년에 걸쳐 이루어진 세계가 인간 활동을 통해 얼마나 심각하게 바뀌고 있는지를 인식하라는 권고, 그리하여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도 알아보자는 것이다. (p18~p19)
1장 화학적 지구
우주가 돌아가는 양상을 설명하려면 암흑에너지라는 더욱 수수께끼 같은 것도 있어야 했다. 암측물질과 암흑에너지는 존재하는 모든 것의 약 95퍼센트를 차지한다고 여겨진다. (p26)
칠레 북부의 아타카마 사막에 설치된 전파망원경인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 집합체 ALMA가 포착한 이 놀라운 이미지는 태양과 비슷한 젋은 별인 HL 타우리와 그 주변의 원시행성계 원반을 보여준다. 이미지에 뚜렷이 보이는 고리와 간격은 형성되고 있는 행성이 자기 궤도에 있는 먼지와 가스를 휩쓸면서 생겨난 것이다. 45억 4,000만 년 전 우리 태양계도 이런 모습이었을 것이다. (p29)
지금까지 알려진 지구의 가장 오래된 암석은 약 20억 년 전의 것이다. <중략> 대체로 지구 역사의 처음 6억 년은 이 행성의 암흑기에 해당한다. 역사 기록이 없는데 어떻게 지구의 유아기를 재구성할 수 있을까? 일종의 예비용 사본이 따로 보관되어 있기 때문인데, 그것이 바로 운석이다. (p32)
물의 일부 뿐만 아니라 대기의 기체와 우리 몸의 탄소는 지구 전체를 형성하는 데 기여한 운석을 통해서 들어왔다. 특히 지구 성장의 마지막 단계 때 도착한 것으로 여겨지는 특정한 유형의 콘드라이트 운석에서 왔다고 여겨진다. (p46)
산소 기체는 이 원시 대기에 없었다는 것이다. 4장에서 살펴보겠지만 우리를 지탱하는 산소는 더 뒤에 생겨났다. 순수한 물리적 과정이 아니라 생물학적 과정을 통해서다. (p48)
약 39억 년 전에는 안쪽 태양계(내행성계)에 유달리 운석이 우르르 쏟아진 시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중략> 토성의 궤도와 목성의 궤도가 얽혀서 바깥쪽 태양계에 있던 많은 천제들이 떠밀려 들어오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p49)
2장 물리적 지구
해령에서 해양 지각이 솟아오르면서 대륙들을 꾸준히, 하지만 확실하게 양쪽으로 밀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중략> 새로운 해양 지각은 해령에서 생겨났다. 해마다 보스턴과 내가 좋아하는 런던의 식당 사이의 거리는 2.5센티미터씩 늘어나고 있다. <중략> 지구가 점점 커지지 않는 한 해령에서 새 지각이 형성된다면 다른 어디엔가에서는 오래된 지각이 사라져야 한다. <중략> 꾸준히 가해지는 가라앉은 힘에 압력이 계속 쌓이다가 결국 마찰력을 넘어서게 된다. 그러면 지각판이 빠르게 격렬하게 움직이게 된다. 지진이 일어나는 것이다. (p62~p65)
3장 생물학적 지구
험프리 보가트의 말을 좀 빌리자면 "세계의 모든 마을의 모든 싸구려 술집 중에서" 왜 은하수의 이 구석진 곳에서만 생명이 출연하고 번성하게 된 것일까? 그리고 생명은 어떻게 지구를 변모시키게 되었을까? (p85)
우리가 아는 것은 원시 지구에서 자기 복제하고 대사하며 진화할 수 있는 세포가 어떤 식으로든 간에 출현하여 행성을 변모시킬 무대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p94)
고대 퇴적암을 화학적으로 분석하면 유달리 산소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생명의 기원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좋은 일이었다. 무수한 실험을 통해 우리가 배운 것 중 하나는 생명의 기원으로 이어질 화학 반응이 산소가 존재할 때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p108)
4장 산소 지구
흥미롭게도 철광층은 현대의 해저에서는 생기지 않는다. 이런 퇴적층이 생기려면, 철이 용액 형태로 바다로 흘러들어야 하며, 그런 일은 산소가 없어야 가능하다. 산소는 소량만 있어도 녹은 철과 반응하여 산화철 광물을 형성할 것이다. <중략> 철광층은 약 24억 년 이상 된 퇴적 분지들에 널리 퍼져 있지만 그 뒤로는 급감한다. 이는 그 무렵부터 산소가 대기와 해수면으로 들어오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p118)
우리가 숨 쉬는 공기에 든 산소가 생명 활동을 통해 나온다는 것이다. 지구 대기에 산소를 불어 넣을 수 있는 과정은 오로지 산소를 생성하는 광합성뿐이다. 광합성은 물에서 전자를 추출하는데 이때 부산물로 산소가 나온다. 지구 대산소화 사건(GOE)은 대변혁이었고, 이 혁명을 일으킨 주인공은 바로 남세균이었다. 남세균은 산소성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세균이다. (p127)
산소가 적고 (주로) 미생물이 살던 이 세계는 기나긴 세월 동안 지속되었지만, 원생대 말 대양에서는 단순한 다세포 생물 중에서 새로운 혁명이 싹트고 있었다. 전 세계가 빙하기를 겪은 뒤에 쌓인 원생대의 가장 마지막 암석에서는 크고 복잡한 생물이 출현했다. 생명이 출현한지 30억여 년 뒤에 마침내 동물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p138)
5장 동물 지구
지질학자들과 기후 모형 연구자들은 후기 원생대 빙하기의 원인을 놓고 계속 논쟁을 벌이고 있지만, 암석에 기록된 이 극단적인 기후 사건에 탄소 순환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데에는 의견이 일치한다. 꽤 설득력 있는 눈덩이 형성 가설 중 하나는 저위도의 대륙들에서 화산암이 대규모로 쏟아져 나온 것이 원인이라고 본다. 화산암은 풍화할 때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소비하며, <중략>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농도가 줄어들어서 지구 전체의 온도가 내려가면서 빙하 작용이 촉발되었다는 것이다. (p150)
얼음이 지구 전체를 뒤덮었을 때,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과정들-주로 대륙 풍화와 광합성-은 미미한 수준으로 줄어든 반면, 대기에 이산화탄소를 추가하는 과정들-주로 화산 활동-은 계속되었다. <중략> 이 빙하기가 끝나면서 시작된 것이 에디아카라기다. (p151)
거시동물의 화석은 에디아카라기 때 지구가 심오한 환경 변화를 거쳤으며(말 그대로!) 전 세계 연구실 수십 곳에서 이루어진 수천 번의 화학적 분석 결과들로 이 시기에 지구가 오늘날 우리가 사는 산소가 풍부한 행성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독자적인 증거를 제공한다. <중략> 화석과 보존된 지질 모두 30억 년 넘게 주로 세균이 맡던 광합성을 조류가 대신하면서 생태학적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동물, 조류, 공기의 이 조화로운 전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p156~p157)
에디아카라기에 대규모로 산맥이 형성되면서 바다로 흘러드는 영영소가 더 늘어났다고 믿을 만한 근거가 있다. <중략> 영양소가 더 많아짐에 따라서 조류가 다양하게 분화하면서 광합성을 더 많이 했을 것이다. 광합성이 늘어나고 먹이와 산소가 더 많아짐에 따라서 생명이 시작된 지 30억 년이 지난 뒤에 세계는 크고 활발한 동물을 지탱할 수 있게 되었다. (p157)
미스테이큰포인트와 버제스의 생물상 차이는 그 사이에 동물이 놀라울 만치 다양해졌음을 반영한다. 이를 캄르리아기 대폭발이라고 한다. 캄프리아기 화석이 30억 년에 걸친 진화의 누적과 그로부터의 중대한 일탈 양쪽에 해당하는 새로운 생물권이 출현했을을 보여준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p162)
6장 초록 지구
요약하자면, 라이니 화석은 약 4억 년 전에 이미 현대의 생태적 구조와 다양성을 초보적인 형태로 갖춘 육상 생태계가 있었음을 말해준다. 더 오래된 화석들은 라이니 화석보다 약 5,000만 년 전에 육상식물의 초기 조상이 육지에 이미 자리를 잡았음을 말해준다. (p179)
진화에 회의적인 이들은 진화적 중간 단계를 보존한 화석이 없다는 주장을 종종 펼치곤 하지만, 틱타알릭을 본 적이 없어서 그렇다. <중략> 틱타알릭은 어류였을까 사지류였을까? 말하기는 쉽지 않으며, 바로 그 점이 핵심이다. <중략> 물에서 육지로의 전이 과정을 기록하고 있다. 틱타알릭은 아직 수생동물이긴 하지만, 아마 얕은 물에서 살았을 것이고, 다리처럼 생긴 지느러미를 써서 주변 뭍으로도 들락거릴 수 있었을 것이다. 또 공기를 호흡하고 턱으로 먹이를 잡았을 수도 있다. (p182~p183)
최초로 알려진 진정한 포유류, 거북, 도마뱀, 개구리는 모두 트라이아스기의 암석에서 익룡, 공룡형류, 지금은 멸종하고 없는 그 밖의 집단들과 함께 나타난다. 트라이아스기의 많은 생태계에서 가장 다양하면서 가장 수가 많은 척추동물은 크고 날랜 파충류였다. (p188~p189)
트라이아스기 세계는 격변으로 시작하여 격변으로 끝났다. 공룡이 생태계의 지배자가 된 것은 적어도 어느 정도는 그들이 트라이아스기 말의 환경 격변에서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아마 유전자뿐 아니라 행운도 많은 역할을 했을 것이다. (p189)
용각류에게 몸집은 포식자에게 맞서는 강력한 방어 수단이 되었다. 그에 대응하여 포식자도 몸집이 점점 더 커지면서 공룡 전체에 진화적 군비 경쟁이 시작되었다. (p195)
조류가 공룡 조상의 후손이라는 개념은 150년 전 T. H. 헉슬리에게로 거슬로 올라간다. 그는 다윈을 가장 열렬히 지지한 인물이었다. 1868년 헉슬리는 이렇게 썼다. "파충류에서 조류로 가는 길은 공룡을 거친다 ... 근원인 앞다리에서 날개가 자라났다." (p195)
7장 격변의 지구
구비오의 점토층은 백악기와 고제3기의 경계이자 중생대와 신생대의 경계를 나타낸다. <중략> 거의 한순간에 사라진 양 보인다. (p204)
점토층의 높은 이리듐 함양이 느린 속도로 오랜 세월에 걸쳐서 서서히 축적된 것이 아니라면, 다량의 이리듐이 빠르게 쌓였다고 보아야 했다. 그런 일은 커다란 운석이 충돌하여 일어났을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p206)
운석 충돌에서 비롯되었다고 믿을 만한 사례는 백악기 말 멸종뿐이다. 알려진 대멸종 사건 중 백악기 말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2억 5,200만 년 전 페름기 말에 일어난 것이 가장 규모가 컸다. 당시 해양 동물 종의 90퍼센트 이상이 사라졌다. <중략> 페름기 말의 생물학적 격변은 중국 메이샨의 산비탈에 드러난 암석에 뚜렷이 새겨져 있다. (p211~p212)
시베리아 트랩 화산 활동은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방출해서 온실 효과를 일으켰고, 그 결과 지구 온난화가 일어났다. <중략> 독일 생리학자 한스 오토 푀르트너는 지구 온난화, 해양 산성화, 산소 고갈을 "죽음의 3인조"라고 부른다. 이 요인들은 개별적으로 생물상에 해를 끼칠 수 있을 뿐 아니라, 지구 체계에서 함께 나타나면서 상승효과를 일으킨다. 즉, 각 요인은 다른 요인들의 효과를 더 악화시킨다. (p217~p218)
오르도비스기 말의 대멸종이 빙하가 널리 퍼진 시기와 일치한다는 점은 좀 의아하다. 지난 260만 년 동안 지구가 빙하기에 갇혀 있었어도 적어도 해양 세계에서는 멸종이 심하게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르도비스기 말의 세계가 다를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한가지 요인은 해수면이다. <중략> 해수면이 높고 육지의 저지대 중 상당수가 얕은 바닷물에 잠겨 있었을 때 빙하가 대규모로 늘어난다면, 해수면이 낮아지면서 대륙을 덮고 있던 얕은 바다에서 물이 빠지면서 전 세계의 얕은 해저와 거기에 살던 생물들이 대규모로 사라질 것이다. 오르도비스기에 바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또 한가지 요인은 지리다. <중략> 유럽 북부의 식물들은 알프스 산맥에 가로막혀서 상당수가 멸종했다. 얕은 바다에서는 이주 경로가 막힌 곳에서 가장 심하게 멸종이 일어났다. (p222~p223)
환경 교란의 속도도 규모 못지않게 중요했다. <중략> 대멸종은 짧은 기간에 일어나는 반면, 다양성을 복구하는 데에는 더 오래 걸린다. 화석은 주요 멸종 사건 뒤에 회복되기까지 수십만 년, 심지어 수백만 년이 걸린다고 말한다. (p225)
8장 인간 지구
언어, 불 제어 능력, 도구 제작 능력을 갖춤으로써 인류는 동물계의 다른 종들과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p243)
화산은 탄소 순환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자연의 장치일 수 있는데, 인간은 그에 못지않게 강력한 새로운 매커니즘을 도입했다. 바로 화석 연료를 태우고 경작하기 위해 숲을 없애는 것이다. <중략> 21세기에 인류는 전 세계의 모든 화산에서 뿜어지는 양을 더한 것보다 100배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뿜어 내고 있다. (p254)
대기 이산화탄소가 증가할 때, 육지 표면과 마찬가지로 바다도 당연히 더 따뜻해질 것이다. 바닷물이 따뜻해질수록, 산소는 물에 덜 녹게 되므로 바다에서 산소가 사라질 것이다. 심해는 더욱 그럴할 것이다. 그리고 인간 활동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상당 부분을 바다가 사실상 흡수하므로, 그 만큼 바닷물의 pH는 낮아질 것이다(해양 선상화). 그렇다. 페름기 말 화산 활동이 불러낸 살해자 3인조는 21세기에 다시 돌아올 것이다. 이미 걸음을 내디디고 있다. (p262)
우리와 공룡의 차이는 우리가 과거를 이해하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물려받은 세계는 우리의 것임과 동시에 우리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음에 어떻게 될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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