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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김영하 저 / 2025.04.02, 복북서가) 본문

도서

여행의 이유 (김영하 저 / 2025.04.02, 복북서가)

코딩펀 2025. 11. 16. 23:06

소설가가 잠시 글 쓰는 일을 내려 놓고 글과 스토리에 대한 영감과 철학적 사유를 얻어내는 여정을 보여주는 책. 김영하의 산문집 '단 한번의 삶'보다 강렬하지 않지만, 잔잔한 그 무언가를 얻어갈 수 있다. ★ ★ ★

이미치 출처 : kyobobook.co.kr

추방과 멀미

추구의 플랫의 흥미로운 점은 이야기의 결말이다. 결말에 이르러 주인공은 원래 찾으려던 것과 다른 것을 얻는다. 대체로 그것은 깨달음이다. 길가메시는 '불사의 비법' 대신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통찰에 이른다. (p21)
여행을 통해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과 세계에 대한 놀라운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 그런 마법적 순간을 경험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 (p24)
인간은 언제나 자기 능력보다 더 높이 희망하며, 희망했던 것보다 못한 성취에도 어느 정도는 만족하며, 그 어떤 결과에서도 결국 뭔가를 배우는 존재다. (p25)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누군가가 히말라야의 팔천 미터급 고봉에 올라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안전하게 귀환하는 것을 반복하듯이, 나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로부터 거부당하지 않고 안전함을 느끼는 순간을 그리워하는데, 그 경험은 호텔이라는 장소로 표상되어 있다. (p67)

오직 현재

여행하는 인간, 호모 비아토르

BBC 방송의 다큐멘터리 <인간 포유류, 인간 사냥꾼>은 '인간은 특이한 타입의 포유류이다'라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중략> 그들은 사냥감의 냄새와 흔적을 따라 뛰고 또 뛴다. <중략> 그들이 사냥감을 마침내 잡게 되는 것은 누군가 활을 잘 쏴서도 아니고, 창을 잘 던져서도 아니다. 영양은 탈진하여 무릎을 굻고 주저앉는다. (p98~99)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여행

여행하는 동안 우리는 일종의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된다. 낯선 곳에서 잘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먹을 것과 잘 곳을 확보하고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 (p121)

그림자를 판 사나이

아폴로 8호에서 보내온 사진

나중에 갚겠다고 하자 활머니는 고개를 저흐여, 자이게에 갚을 필요 없다, 나중에 누군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발견하면 그 사람에게 갚으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환대는 이렇게 순환하면서 세상을 좀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그럴 때 진정한 가치가 있다. 준 만큼 받는 관계보다 누군가에게 준 것이 돌고 돌아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는 세상이 더 살 만한 세상이 아닐까. 이런 환대의 순환을 가장 잘 경험할 수 있는게 여행이다. (p162~163)

노바디의 여행

어느날 총을 쏘다 지쳐 앉아 있는 나에게 그동안 지켜만 보고 있던 아내가 다가와 물었다(그렇다. 나에게는 '아직' 아내가 있었다). "아직도 재밌어?" 잠깐 생각해 보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럼 나가자". (p196~197)

여행이 불가능한 시대의 여행법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하자면 시공간의 변화가 전혀 없음에도 그 시공간이 전혀 다른 성질을 띠게 됨으로써 이동이 전혀 없어도 여행이 되어버리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펜데믹 시기의 우리가 그랬다. 우리는 어디에도 가지 못하고, '지금 여기'에 갇혀버렸으나 '지금, 여기'가 달라짐으로써 전혀 다른 세계로 온 것과 같은 처지가 되어버렸다. 어쩌던 기이안 디아스포라라 할 수 있었다. (218)
바이러스는 다시 창궐하고, 마그마는 분출하고, 전쟁이 발발할 것이다. 인류는 그것들과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아낼 것이고, 문든 짐을 꾸려 어디론가 떠나가기도 할 것이다. 이런 담대함이야말로 인류가 수만 년 전 아프리카의 사바나를 떠나 전 지구로 퍼져나가게 한 힘이었다. 인류의 투쟁과 모험, 여행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p227)

여행으로 돌아가다

여행은 분명한 시작과 끝이 있다는 점에서도 소설과 닮았다. 설렘과 흥분 속에서 낯선 세계로 들어가고, 그 세계를 천천히 알아가다가, 원래 출발했던 지점으로 안전하게 돌아온다. 독자와 여행자 모두 내면의 변화를 겪는다.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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