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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식물 (이외수 저 / 동문선, 1978.11.01.)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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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식물 (이외수 저 / 동문선, 1978.11.01.)

코딩펀 2021. 4. 4. 03:20

잔인하지만, 그 만큼 처절하다. ★★★★★

이미지 출처 : kyobobook.co.kr

죽으면 정말 무슨 이름을 얻어서 태어나볼까.....
먼지가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혼자 사는 남자의 가난한 방, 길고 지루한 겨울이 끝났을 때 그의 외로운 책상 위에는 한 권의 시집이 놓여 있고, 그는 무슨 일로 밤마다 잠 못 들고 뒤채었을까, 방바닥에는 수많은 파지들이 널려 있다. 거기 보이는 한 줄의 고백, 주여 내가 바람의 마음을 알게 하소서. 그러나 이제는 그 번민의 밤마다 함께 잠 못 들던 바람은 가고, 눈썹 언저리에 묻어 오는 잘디잔 햇빛의 미립자들, 그 속에 나는 단 하나의 보이지 않는 먼지가 되어 바람의 마음을 전해 주리라.....

<중략>

호주머니에다 손을 넣어 보았다. 있었다. 매끄럽고 상쾌한 감촉이 손끝에 닿아왔다. 나는 그것을 꺼내어 다시 한번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것은 어둠 속에서도 티눈같이 작은 눈을 뜨고 나를 마주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은 작은 형의 유품, 내가 불타버린 우리집 부근을 샅샅이 뒤져서 찾아낸 렌즈였다.
바로 내 정신의 불씨였다. (p235-237)

KBS TV 문화관에도 나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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