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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하는 공무원
언젠가는 다시 만나리 (이외수 저 / 동문선, 1980.03.01.) 본문
소설집 <겨울 나기>에 수록되어 있는 단편 소설.
70년대 느낌의 신선하면서도 충격적인 러브 스토리.
★★★★★
“형씨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한 번 더 성냥 불좀 빌립시다.”
이윽고 사내가 다시 청년 곁으로 다가섰다.
<중략>
청년은 허겁지겁 그 메모 지를 펼쳐 보았다.
형씨.
이미 알고 계셨겠지만 내 아내는 두 달 전에 죽었읍니다. 난산 때문이지요. 나와 그 여자는 대학에서 함께 조각가의 꿈을 키우다가 만났었읍니다. 내가 결핵 환자 요양원에 있을 당시 이곳의 바다를 찾아 왔었던 모양이었읍니다. 그리고 우연히 형씨를 만났었던 모양이었읍니다. 그때 그 여자는 담배를 물고 모래로 무엇인가를 만들고 있었는데 형씨께서 담뱃불을 붙여 주셨다구요. 여자란 정말 알 수 없는 환상의 눈을 가진 동물이어서 그때 그 여자는 형씨의 가느다랗고 창백한 손가락에 반해 버리고 말았다는 겁니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손가락이더라는 겁니다. 나는 성냥불을 빌 때마다. 형씨의 손가락을 유심히 보았지만 번번이 내 아내를 이해할 수가 없었읍니다.
형씨.
이제 여기 내 아내의 마지막 모습을 아주 조금만 형씨에게 드리고 갑니다. 나는 지금 이것을 미리 준비해 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것을 보시고 형씨에게 여러 가지 꿈을 꾸게 만들었던 내 아내의 천진난만한 거짓말들을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당시 내 아내가 얼마나 외로웠던 가도 조금은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부디 안녕을.
깨알 같은 글씨들이었다. 다 읽고 나서도 한참 동안 청년은 움직이지 않고 서 있었다. 그러다가 미친듯이 그 작은 상자를 열어보았다. 거기엔 무슨 회색의 가루 같은 게 가득 들어 있었다.
아!
그때였다. 공교롭게 한 무리의 드센 바람이 후욱 청년곁으로 스쳐 갔고 일순간에 그 가루들은 모조리 허공으로 흩어져버렸다. 탄식하듯 청년은 허공에다 한 번 손을 추어 보는 듯하였으나 이미 작은 상자 안은 거짓말처럼 텅 비어 있었다.
마침내 어두운 저 하늘 어딘 가로부터 희끗희끗 작은 눈방울들이 비켜 날리고 있었다. 첫눈이었다.
KBS TV 문화관에서도 나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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