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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의 창] 길이 없으면 쥔 것을 놓으라

코딩펀 2022. 8. 10. 10:13

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21/08/828472/

 

[매경의 창] 길이 없으면 쥔 것을 놓으라

모든 산업이 AI로 가는데 컴퓨터 가르칠 교사가 없어 설상가상 교직과목이수 통해 컴퓨터 교사될 길도 막아버려 물꼬 트려면 규제부터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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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육과정개편위원회의 책임 있는 분들에게서 이런 요지의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읽고 쓰기가 국어 과목의 전유물이 아닌 것처럼 컴퓨터를 이용한 문제 해결 능력은 수학, 과학, 사회 등 다른 분야에서도 다 필요하다. 컴퓨터 과목을 독립 과목으로 두지 않고 기존 교사들을 단기 교육해서 컴퓨터 교육을 하게 하면 어떤가?"

다른 과목에서 컴퓨터 분야의 문제 해결 사고가 필요하니까 융합을 시도하는 것은 당연한 방향이다. 다만 컴퓨팅적 사고가 컴퓨터 과목의 전유물이 아니니 독립적인 과목으로 설정하지 않고 수학과 같은 기존 과목에서 확장 담당하는 방향이라면 컴퓨터과학의 학문적 구조를 너무 단순하게 본 것이다. 컴퓨터과학은 특유의 추상적 체계를 갖고 있고, 대학에서 컴퓨터과학의 코어를 쌓지 않은 교사가 단기 교육으로 커버하는 것은 무리다.

초·중·고에서 많은 내용을 가르칠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가르칠 내용만 단기간 교육받아서 가르치지는 못한다. 영어 비전공자가 강의할 문장을 공부해서 해석했다고 영어 강의가 제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단순한 것을 가르칠수록 교사의 지적 체계는 단순하지 않고 주변 근육을 충분히 갖고 있어야 한다.

컴퓨터과학은 지금 영어, 국어, 수학 같은 어떤 서비스 과목보다 더 넓은 분야에서 기초를 필요로 하는 초서비스 과목으로 갑작스럽게 전환하고 있다. 기초 정도 안다고 기초 과목을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서비스 과목일수록 해당 과목의 독립성은 더 강화하고 교사나 교수의 수도 늘어나야 한다. 이런 결과로 영어, 국어, 수학 등은 소속 단과대학에서 가장 많은 교수진을 보유한 그룹에 속한다. 과목의 독립성 없는 융합 시도는 과목을 비빔밥에 더하는 나물 한 가지 정도로 전락시킨다. 지금 시대가 컴퓨터 교육을 비빔밥의 나물로 취급할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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