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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마거릿 렌클 저, 빌리 렌클 그림, 최정수 역 / 율유문화사, 2024.02.05)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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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마거릿 렌클 저, 빌리 렌클 그림, 최정수 역 / 율유문화사, 2024.02.05)

코딩펀 2024. 2. 8. 00:16

유년시절과 현재를 교차하면서 삶과 죽음, 만남과 이별에 대한 자연의 섭리를 1~2페이지의 짧으면서 시적인 에세이로 풀어낸다. 기억 속에 남아있는 가족의 역사와 내 집 앞마당 정원을 무대 삼아...  ★★★☆

사랑의 그늘진 면은 늘 상실이고, 비통함은 사랑 자체의 쌍둥이일 뿐이다. <중략> "내 생각에 파파 독은 그때 죽기로 결심하셨던 것 같아." 어머니는 항상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나서 겨우 한달 남짓 사셨으니까" (p20)
내 부모님과 외조부모님 그리고 외외증조할머니, 그분들 모두가 나를 지켜보기 위해 모였다. 그분ㄷ르은 내가 태양인 양, 그분들이 그 때껏 평생 추위를 탔던 양 나를 보고 있다. 나는 태양이다. 하지만 그분들은 행성이 아니다. 그분들은 우주다. (p31)
외할머니의 셋째 아이는 너무 일찍 태어났다. 그래서 이름도 없었다. 외할머니는 그 아기에 대해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년이 흐른 뒤 나에게 이야기하셨다. 그 무렵 유산을 겪었던 나는 흐느낌을 멈추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아기를 요강에 담아 침대 옆 마룻바닥에 놓았단다." 외할머니가 말했다. "그 일이 있은 뒤 나는 밤마다 오래 울었지. 그리고 낮에는 평소처럼 일을 하러 갔어." (p36)
올리 할머니가 자신의 좁은 침대 안에 내 공간을 만들어 주기 위해 자리를 좁히며 나를 팔로 감싸안은 뒤 더 가깝게 끌어당기기 위해 모로 누우며 말한다. "늑대가내 새끼를 안 데려갔네." (p67)
그곳의 풍경이 내 안에 깊이 각인된 건 우리 가족의 긴 역사 때문일 테고, 또는 그곳으로 자주 방문한 덕분이기도 할 것이다. 혹은 열린 창문들 덕분일 수도 있다. 그 창문들은 집 밖에서 일어난 일을 집 안에서 느낄 수 있었던 순간들을 제공해 주었으니가. 혹은 천진함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p69)
"이야기 하나만 해줘", "옛날에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여자애가 있었어. 하지만 그 여자애 언니가 너무 피곤해해서 그 여자애는 괜찮다고 말하고 잠이 들었대." <중략> "마거릿 언니는 잠들지 않았어요, 엄마. 언니는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어요." <중략> 나는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혹은 나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여동생이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판본에서는 기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략> 그 단어들이 어둠 속에서 그 아이 위에 떠나니고 그 아이를 달래 꿈속으로 데려가 주기를 기다리면서. (p85~p87)
 내가 기억하는 건 이런 것이다. 그 코미디 같은 상황, 세상의 명백한 현실과 정신 나간 어른이 느끼는 설명되지 않는 두려움 사이의 터무니 없는 부조화. <중략> 나는 몇 년이 흐른 뒤에야 그때 내가 전혀 안전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p99)
별들이 세상 가장자리로부터 하늘을 가로질러 세상의 다른 가장자리로 마구 쏟아져 내렸다. 심지어 첫 번째 유성이 내 한쪽 눈 모서리에서 깜박이기도 전에 나는 머리를 뒤로 젖히고 행성 전체가 회전하는 것을 느꼈다. (p137)
오직 황혼녘에만 평범한 한 인간이 빛과 어둠 속을 동시에 것을 수 있다 - 발은 어둠 속에서 터덜거리고, 눈은 밝게 빛나는 해를 올려다보면서. (p160)
세상은 여기서 살아가기 위해 내가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매일 가르쳐 주고 있다. 너무 많은 움직임의 소용돌이 속에서. 움직이지 않고 고요하게 있기. 조용히 하기. 귀 기울이기. (p181~p182)
생후 8주 건강검진 때, 소아과 의사가 차트를 들여다보더니 이렇게 물었다. "계속 모유 수유를 하시나요?" 목구멍이 꽉 막혀 왔다. 잠시 후 의사가 나를 바라보았을 때는 내 눈물이 아기의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어다. 커다란 눈물방우리 차례로 떨어졌다. 의사가 차트를 내려놓고 말했다. "자세히 이야기해 보세요." <중략> 의사가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내 팔에 손을 얹었다. "가장 좋은 엄나는 행복한 엄마예요." 의사가 말했다. "젖병으로 분유를 먹이세요." (p195)
마침내 마지막 호흡이 찾아온 순간, 나를 보호해 주던 힘센 아버지가 나의 운 좋은 삶에서 내 아버지이기를 처음으로 멈춘 순간을, 나는 목격하지 못했다. 언제 불이 들어올지 궁금해하며 아버지의 얼굴에서 딱 한 번 눈길을 돌려 잠시 건너편의 창문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p213)
'덩어리' 같은 단어는 - 내 마음속 무서운 방들을 차지하고 있는 죽어 가는 아버지를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그냥 그 자체로서 - 흔히 대화에서 모든 논리를 박탈한다. (p218)
그 온화한 오후 내내, 나의 나비 정원은 멕시코로 매우 늦은 이주를 하는 제왕나비들을 위한 휴식 장소가 되었다. 제왕 나비는 새들처럼 이주한다. 그러나 매년 제왕나비가 그 주기를 완수하는 데는 네 세대, 때로는 다섯 세대가 필요하다. <중략> 무엇이 어이지는 세대로 하여금 조상이 택한 길을 그대로 따라가게 하는지 곤충학자들은 아직 알지 못한다. 그리고 나는 오로지 이 제왕 나비 후손들이 우리 집 정원에서도 일시적 유예 기간을 보내기를 바랄 뿐이다. 나는 매년 만약을 위해 백일홍을 심을 것이다. (p306~p307)
누군가 듣고 있었다. "양성이야." 누군가 말하고 있었다. "사내아이야." 누군가 양팔을 뻗으며 외치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오, 감사합니다!"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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